<존재의 장례>, The Funeral of Existence
2019
Site-Specific Performance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
On the boat to Tiger island in Jeju, S.Korea
범섬으로 향하는 배 위, 제주
지난 10년간의 Fairy-tale 시리즈의 작업 속 오브제들은 모두가 이야기를 하나 씩 숨기고 있는 겁쟁이들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명명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회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정작 화자로서의 나는 그곳에 없다. 수년간 사회의 이야기를 거쳐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인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수한 말들을 외치고 그 말을 들어주는 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나는 위험한 초대를 서슴지않았다. 그리고 망망대해, 한국의 최남단 바다 한가운데에 나를 던졌다. 그리고 그 배에는 자의로 동선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섯 번의 상선으로 나는 인지하지 않던 소리를 듣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다. 고요의 기쁨을 비로소 만끽하던 순간이었다. 역설적으로 그 날은 채 가시지 않은 태풍의 영향으로 배는 심하게 흔들리고, 해무가 낀 바다에서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을 태운 그 날, 먹먹하게 나를 바라보는 나를 마주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 그리고 그 어디쯤 숨은 나, 무섭도록 짙은 바다 위에서 더 이상은 도망갈 수 없음을 직시하자 안도감이 찾아왔다. 내가 떠 있는 곳이 어딘지 명명할 수 없어도 내 자리는 충분하다. 대지와 바다의 경계, 바다와 하늘의 경계, 하늘과 하늘의 경계, 그리고 인식과 사유의 한계 위에서 나는 놀랍도록 평온하다. 파도 소리도 멀리가신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나를 불가항력적 자연 속에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김이화 작업노트 발췌
<the funeral="" of="" existence="">, shown in the second exhibition of the project <SEOM Project> in 2019, is a reinterpretation of the fairy tale "The Little Mermaid." The story of the mermaid who loses her voice and gains legs to enter the society of the land closely mirrors the process of an individual adapting to a new society. The first and easiest step we take to adapt is often silencing our own voice. I believe that this voice is intrinsic to our existence.
"How many voices, or existences, have you buried today?"


